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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시리전통마을

괴시리는 잘사는 동네였다. 집딥마다 작은 앞마당엔 역시 작은 과수들이 앙증맞게 매달려 익어간다...

차로는 울진이나 영덕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영덕방면 영해사거리에서 대진항 방면 12번 군도를 따라가면 괴시리로 가는 마을길이 나온다. 걸어서 가자면... 영해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왼쪽 길로 걷다보니 로터리가 나온다. 이곳에 3.1만세운동 기념탑이 있다. 이정표 따라 직진, 괴시리로 향한다. 한 20여분 따라 걷자니 너른 영해평야의 황금 들녘이 먼저 반긴다. 차츰차츰 해묵은 200년 괴시리 고가의 지붕들 잔잔히 위용을 드러낸다.

망일봉을 끼고 영해평야를 바라보는 마을_ 동해로 흘러가는 송천 주위에 늪이 많고, 마을 북쪽에도 도랑이 있어 옛날에 도랑 호(濠), 땅 지(池)해서 '호지촌'이라 불렸던 마을_지금은 연꽃들이 마을의 한 켠을 차지하며 철마다 그 고풍스런 자태를 과시하여 마을 분위기를 북돋우고, 고택들은 서남향으로 따사로이 앉아있다.

200년된 그 옛길을 더듬으며 마을로 들어서 본다.

괴시마을 한옥집 처마에 메주가 걸려있다. 고향같은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여기는 영덕의 영해읍, 영덕이란 지명이 생겨나기도 전 이곳은 영해였다. 과거 영해지방의 위용이 어떠했는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다 아신다. 이 일대 동해안에서 가장 크고 너른 평야를 지녔던 곳이자, 대부분 사대부들이 많이 살아 '작은 안동'이라 불리었던 곳, 영해다. 한양에서 울티재를 통해 들어와야 했던 지형의 한계 탓에 유배지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영해부사'의 영향력만 보더라도 과거 영해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가히 짐작이 갈 만하다.

영해가 지명의 위상만큼이나 넓은 영해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송천'이 만들어준 은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대진의 상대산 귀퉁이를 돌아 동해로 유입하는 송천은, 영해지역의 충적지가 되어 군내 일찍부터 질 좋은 미곡을 많이 생산하여 논농사가 발전했는데, 영해에 그렇게 학식과 도량이 풍부한 인물이 많이 배출되고 지역 자체에 문화와 전통이 자리할 수 있게 해 준 경제적인 기반이 바로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강산이 스무번 뒤바뀌도록 견고하고 고유의 위상과 가치를 지켜오던 괴시리마을이었지만 시나브로 물들어가는 세월의 떼를 방치할 수 없어, 괴시파종택을 비롯한 조선후기의 여러 고택들을 민속자료 또는 문화재자료로 지정하여 복원, 새 단장시켜 왔다.

괴시마을 돌담길.. 마을을 돌아다니는 내내 이런 돌담길을 볼 수 있다. 경북 북부지방 양반가의 주택문화를 반영한 집성 반촌, 괴시리_ 특이한 이름 괴시리는 이 마을이 호지촌이었을 때 가장 먼저 입향한 함창 김씨 (외조모가 영양남씨), 즉 목은 이색의 외가-생가지터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자라 고려 공민왕 8년 즈음에 원에 유학 후 돌아오다 본 중국 구양박사방의 괴시마을과 이곳 호지촌이 유사하다 여겨 '괴시'라 개명하였다. 이후로 몇몇 종씨가 기거하다, 인조8년 1630년부터 영양남씨가 차차 정착해 집성촌이 되었고, 그후 380여년이 흐른 것이다.

'토닥토닥토닥...' 6.25 당시 안동으로 피난했기에 10년 가까이 마을이 텅 비었었던 괴시리_ 괴시마을에 비가 내린다. 고택의 처마 끝에서 떨어져 내린 빗방울들이 대청 앞에서 곱게 패여 간다. 집은 사람이 살며 보존을 해야 사람의 기운으로 운이 쇠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청마루 앞 빗줄기 커튼이 드리워져 낮은 담장의 한계를 지켜주는 것 같다. 괴시리는 잘사는 동네였다. 돈 있어 잘 사는 집도 있었지만은 괴시리가 특별한 것은, 학식과 인품으로 모범적인 집성촌이었기 때문이었다. 집집마다 작은 앞마당엔 역시 작은 과수들이 앙증맞게 매달려 익어간다. 그리고 지금도 그 학식이 대를 이어 계승이 되는 것처럼...

꽃은 꽃대로 미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어느 화원, 어느 이름난 조각가의 뜰채가 이토록 200여년의 정성으로 빚어놓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괴시리에 뿌리를 둔 학계의 거목이 40~50인 정도 된다 한다.

괴시리는 고유의 향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마을 앞 고택체험집- 괴정에서는 매주 주말 오전10시부터 오후6시까지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복체험, 널뛰기, 투호던지기와 예절체험등을 통해 전통을 지키고 전파시키고자 노력한다.

호지말 잔치한마당

매년 가을 호지말 잔치한마당이 열려, 전통혼례체험과 군수님 가마타기, 한옥체험, 따로 조성된 목은등산로에서의 등산대회 등이 펼쳐지며, 즉석에서 문화관광해설과 궁중무용(무고), 월월이청청, 동해어부들의 소리 재현과 전통 민속놀이(널뛰기, 투호놀이, 화살 꼽기 등)재현과 전통차(연잎차 등)시음이 알차게 준비된다.

고택이야기 - 남상련

내는 산을 싸안고
산은 집을 싸안고
집은 사람을 싸안아
부담없이 어울어져
계승하고 수호하여 오늘에 섰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잊혀 집이 큰 마당
백일홍이 되어 묵은 것을 벗어내고
뒷마당 깨어진 기와로 뒹굴고 있으니
무심함이 빗장으로 걸려
오늘 이 골목길이 길고 길었다.

깊은 잠을 깨고 일어난 대문은
새 기운으로 내일을 열고
대청마루에 풀어놓은 세월의 덕지는
비어있는 안채의 방들을 데우고 나선다.
아직 잠을 덜 깬 사랑채 회랑은
선조에게 부끄러움과 탄식을 드리지 않도록
바람도 부드럽게 나들이 한다.
흘러가는 세대의 모습이
용마루에 기웃이 달빛으로 걸리어
켜켜이 쌓아올린 지조하나로
몇 세대를 떠받치고
비바람을 견뎌온 세월 속에
한 타래 두 타래 풀어내린 시간들
이끼로 눌러 앉은 이 땅은
오늘을 만나서 더욱 빛나고
사람은 이 좋은 땅을 만나서
세대가 또다시 이어지리라.

찾아오시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