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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척마을 ~ 삼사해상산책로
 

원척마을을 향해

 

장사해수욕장을 나와 7번 국도 가장자리로 걷습니다. 노송 사이사이로 쪽빛 바다가 물결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경운대학교 연수원이 있는 풍경 좋은 바다로 향합니다. 바위와 소나무, 모래와 바닷물이 어우러져 작품을 만들어 보입니다. 태초의 비밀을 간직한 바위들은 지질공원을 방불케 합니다. 층층이 주름진 암반과 그 위 한줌 흙에 의지한 채 뒤틀려 자란 소나무를 보며 끈질긴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합니다. 꽃과 나무, 대상은 다르지만 만고풍상을 이겨낸 자연에게서 겸손과 의지를 배우게 됩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는 나무계단길이 반깁니다. 그곳엔 유채를 닮은 갓꽃 이 무리 지어 피었습니다. 서양에서 바크 와일리라 부르는 이 갓꽃•의 꽃말은 ‘무관심’이랍니다. 그러나 무심히 지나치기엔 참 예쁘다 생각합니다. 갓꽃은 어느 요정이 환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리는 아프고 힘이 들지만, 발아래 노란 갓꽃이 용기와 더불어 행복을 안겨줍니다. 작은 바닷바람에도 하늘거리며 춤을 추듯 반깁니다.

 

다시 7번 국도에 섭니다. 나무갑판으로 만든 길이 편안하지만, 옆에서 달리는 차들은 여전히 급하기만 합니다. 먼데 사파이어 빛 바다가 가슴으로 들어와 보석이 됩니다. 멀리 떨어진 난바다가 하늘과 밀고 당기듯 수평선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7번 국도 반대편에 경보화석박물관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화석박물관으로 세계 30여 개 나라에서 수집한 2,500여 점의 화석을 특징별로 분류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화석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오롯이 관찰할 수 있는 곳입니다.

 

화석박물관을 나와 친절한 나무갑판 길을 걸어 원척마을로 향합니다. 가는 곳곳에 바다가 보입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이 가슴에 들어와 마음을 빛나게 합니다. 커다란 자연석에 원척리를 알리는 푯말이 우뚝 솟은 마을로 향합니다. 참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입니다.

 

한 굽이 돌아서니 손바닥만 한 항구가 나옵니다. 몇몇 척의 배들이 원척항에 정박해 한가롭습니다. 담장에 핀 빨간 장미가 화려합니다. 하늘을 향에 솟았지만,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여 길손을 맞이합니다. 열렬한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태양처럼 열정을 불태우는 붉은 색깔이 설레게 합니다.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벗어나면 또다시 7번 국도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리는 차들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길가 한쪽으로 도보 여행자를 위한 길이 잘 다듬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기에 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맑은 바닷바람이 불어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원척리를 벗어나 구계항으로 향합니다. 

 

구계항 가는 길

 

7번 국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갑니다. 간혹 옆 숲에서 주는 그늘이 시원하다 생각됩니다. 아래로는 간혹 바닷길이 보입니다. 아마도 오래전 사람들이 다녔던 듯, 길은 나 있지만 폐쇄된 듯합니다. 무심히 길을 걷다 보니 길가에 ‘천하잡보 방학중이야기’란 푯말이 보입니다.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한양의 정수동, 경주의 정만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해학과 풍자의 달인 방학중을 소개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남정면 원척리 동해가 보이는 곳에 그의 묘가 있다고 합니다.

 

어느 책에서 길을 걷는 자에게는 백만 가지 번뇌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심성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누구랑 함께하느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단언컨대 이곳 블루로드야말로 당장 무슨 생각을 하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무척 매력적인 길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다 보입니다. 파란 바다에 연출된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7번 국도를 벗어나 구계리 구계항에 도착하니 작은 항구에 배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언제 그렇게 분주히 바다를 오고갔는지 능청을 떠는 것처럼 보입니다. 방파제로 인해 바다는 마치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비단결 같습니다. 방파제에 오르면 작고 큰 바위들이 파도를 맞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남정리는 이 마을 남쪽에 정자가 있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남호해수욕장

 

구계리 마을을 지나 남호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바다와 함께 걷는 길입니다. 남호해수욕장으로 가려면 구계리 마을 앞으로 난 바닷길을 20번 지방도를 이용해 15분 남짓 걸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함께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나팔꽃을 닮은 분홍색의 갯메꽃이 무리 지어 자라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갯메꽃 꽃말이 수줍음이라 한다지요? 그런데 이름이 영 예쁘지가 않습니다. 척박한 해안 갯벌이나 계곡, 냇가에서 자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한해살이풀 나팔꽃은 원산지가 인도산인데 이 갯메꽃은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토종이라 합니다.

 

그렇게 도란도란 걸어가노라면 소나무수풀 우거진 그늘가에서 파란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남호해수욕장입니다.

이곳 남호해수욕장에서 잠시 바다를 감상합니다. 소나무가 주는 그늘이 무척 시원한 연유에서입니다. 바라보는 눈맛과 함께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더욱 고맙습니다. 마음마저도 시공을 뛰어넘어 자유가 되는 듯합니다. 그저 서서 먼데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만 파랗게 물들 뿐입니다. 동행의 눈동자에 블루사파이어 빛 바다가 들어있습니다.

 

이제 동해비치관광호텔을 지나 삼사해상산책로로 향합니다. 남호해수욕장과 이별하고 바다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 곳이라 펜션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삼사해상산책로

 

삼사해상산책로를 향해 가던 길에서 바위틈에 핀 야생화 몇 송이를 만납니다. 달맞이꽃처럼 연한 노란 송이와 박꽃같이 흰 인동넝쿨 한줄기에 함께 피어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이같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잔잔하게 교훈을 던지는 듯싶습니다.

7번 국도 옆에 만들어놓은 나무 널판을 타박타박 걷다가 동해비치관광호텔을 지나 남호리를 향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남호리 마을 쉼터를 지나면 작고 하얀 좁은 다리가 나타납니다. 아주 좁은 나무 난간이 무척이나 어여쁩니다. 이어 ‘동해팬션횟집’이 나옵니다. 그리고 건물 뒤 줄지어 늘어선 비치파라솔을 지나면 차량이 통제된 좁은 길이 나옵니다. 사람만이 지날 수 있는 길이랍니다. 그곳에서 바닷바람에 맞서 악착같이 피워낸 알록달록한 꽃과 나비가 서로 희롱합니다. 우뚝 솟은 바위 꼭대기에 선 뒤틀린 소나무가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윗길을 만나고 예쁜 펜션 앞을 지나 작은 모래밭을 걷다 보면 남호리 방파제가 있습니다. 방파제를 지나면 마치 바다 한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나간 듯 구조물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삼사해상산책로랍니다. 남정면을 벗어나 강구면에 발을 디딘 것입니다. 작은 어촌마을에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이곳 해상 산책로가 궁금해서랍니다. 흰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예쁜 다리가 바다를 향해 놓여 있습니다. 하늘에서 보면 마치 얌전히 내려놓은 은행나무잎 같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길을 잡으니 삼사리 마을이 나타납니다. 참으로 한적한 전형적인 어촌마을입니다. 마을 앞으로 작은 방파제 두 개가 물결을 막아내고, 마을 뒤로는 블루로드 안내판이 길을 알려줍니다. 골목길을 구비 돌며 신라 화랑들의 수련지였던 삼사해상공원 정문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