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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봉과 사진구름다리
 

망월봉을 향해

 

그늘과 양지가 번갈아 나타나는 참 편안한 길입니다. 약간의 오르막도 있지만 주로 내리막길입니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망월봉까지 천천히 걸어서 대략 35분, 약 1.5km 거리랍니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낙엽송 잡목들이 어우러져 숲을 이룬 가운데로 오솔길이 나있습니다. 넓은 공터에 긴 의자가 놓여 쉬어가라 합니다. 한껏 여유를 부리며 앉아 눈을 감고 귀를 집중해 자연의 소리를 듣습니다. 심장박동과 바람소리, 새소리가 제각각 박자를 맞추려 노력합니다. 잠시의 휴식이 달콤합니다.

 

다시 봇짐을 챙겨 길을 걸어갑니다. 왼편에 영해면 시가지가 훤하게 나타납니다. 시원한 풍경에 잠시 할 말을 잊습니다. 고불봉 정상에서 영덕읍내를 바라보던 느낌과는 또 다른 정취입니다. 뒤로는 송천강 상류 줄기가 흐릅니다. 물길 따라 풍부한 삶을 이루는 영해의 모습이 반풍수의 눈에도 명당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흐르는 물 주위로 넓게 펼쳐진 논밭이 더욱 시원합니다.

 

빛바래 떨어진 곰솔가지가 수북이 깔린 길을 걷는 느낌이 참 부드럽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서자 순간 바람이 세차게 불어옵니다. 온 나무들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그 소리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바람은 길손마저 흔들어댈 기세로 태풍이 몰아치듯 세차게 불어옵니다. 나뭇가지가 휘어지더니 온몸을 흔들며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만약 휘어지지 않으려 힘을 주었다면 부러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잠시 잠잠해지는가 싶던 바람이 다시 세차게 불어옵니다. 말간 하늘만 믿고 능선을 타고 걷던 길손에게 잊고 있었던 자연의 힘을 잠시 경험케 합니다.

 

망월봉

 

능선에서 내려와 오솔길로 접어들자 별나게 불어대던 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숨을 죽입니다. 옆으로는 나무 기둥 사이사이마다 흰 밧줄로 길을 정돈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저기 발아래 작은 둔덕에 육각의 정자가 놓였습니다. 바로 망월봉望月峰인가 봅니다. 옛 문헌에 ‘동해산東海山’에 대한 기록이 나오고, 《여지도서》 ‘영해지도’에 이 일대의 지명들이 북쪽에서부터 관어대觀魚臺, 망일봉, 동해산 그리고 대소산大所山(지금의 봉화산) 순서로 표시되어 있다고 하니 그렇게 본다면 이곳은 망월봉이 아니라 망일봉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길손은 영덕군 표현에 따라 이곳을 망월봉으로 기록하기로 하였습니다.

 

발걸음을 빨리하여 망월봉 정자에 올랐습니다.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눈을 점령해버립니다. 해맞이공원에서 일출을 바라보던 당시를 기억해보니 이곳에서의 일출은 그와는 또 다른 색다른 풍경을 선사할 것입니다. 그러나 상상해보면 동해에서 떠오르는 달을 감상하는 멋 또한 매력적일 것입니다.

 

가만히 서서 바다를 바라다보면 다급한 발걸음도 한참동안 머물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앙금처럼 남아 있던 가슴 속의 근심이 어느새 

말끔하게 씻어지는 느낌입니다.

 

사진구름다리

 

괴시리와 사진리 사이, 봉화산 망월봉과 목은 이색 산책로를 이어주는 구름다리입니다. 좁은 오솔길이 참 편안합니다. 소나무 그늘 흙길을 걸어가는 길손의 마음도 무척 여유롭습니다. 솔잎 떨어진 부드러운 길바닥이 기분 좋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춰 자연스러운 무늬가 길에 새겨졌습니다. 응달도 아니고 양달도 아닌 길이 때때로 변하면서 무늬진 아름다움과 함께 꼬불꼬불 안내합니다. 한 구비 돌아서자 비슷비슷한 길이 눈에 익습니다.

 

사진구름다리를 만났습니다. 차도를 가로질러 놓인 다리랍니다. 안내지도에는 망월봉에서 이곳까지 약 800m, 20여 분 걸리는 거리라 기록되어 있습니다만, 길손이 걸어보니 반 정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이제 다리를 건너 괴시리 전통마을을 향해 ‘목은 산책로’를 걷게 됩니다. 이곳과 다를 풍경이 자못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