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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산 해안초소길 ~ 블루로드 다리
 

경정차유어촌체험마을 공터 끝자락에 산길로 향하는 계단이 놓였습니다. 지금부터는 죽도산을 바라보며 산자락 아래 맑은 바닷길과 나란히 걸어가는 길이랍니다. 처음 오르는 순간 쉼 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어떤 풍경이 기다릴까, 사뭇 궁금해집니다. ‘해안초소길’이라는 이름에서 우리나라 해안을 방어하던 군인들이 몸을 숨기던 초소와 그들이 이동하던 길이라는 것을 대충 짐작할 뿐입니다.

 

나무 그늘이 꼬부랑 오솔길에 그늘을 만들어 무늬진 아름다움을 연출했습니다. 벼랑 아래 바다가 나무 숲 사이에서 잠시 보이다 말다를 반복하며 마음이라도 머물다 가라 합니다. 오른쪽 기둥 사이로 흰 밧줄을 걸어 길의 경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곰솔가지가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바람을 일으킵니다. 빨강과 노란색의 ‘해파랑길’ 리본이 바람에 날리며 길손에게 환영인사를 보냅니다. 그 뒤로 파란 바다가 눈을 밝히고, 고개를 드니 숲이 하늘을 가렸습니다.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예사롭지 않은 바위가 우뚝 솟았습니다. 그 곁으로는 주상절리 같은 무늬의 바위가 겹겹이 쌓여 자연의 경이로움을 길손에게 살짝 살짝 엿보여줍니다.

 

곰솔잎이 떨어져 좁은 길 위에 수를 놓았습니다.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느낌이 참 푹신합니다. 더불어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길 위에 그림자를 만들어 희한한 재미를 느끼게도 합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자주 나타나 잠시 긴장을 일으키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습니다.

순간 왁자지껄 소리가 들려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경상도 지방의 구수한 사투리가 숲을 흔들어 깨웁니다.

곧이어 건장한 중년 남성 한 무리가 나타납니다. 좁은 외줄기 길이라 상대방이 지날 수 있도록 바다 쪽으로 몸을 살짝 틀어 길을 터줍니다. 고맙단 인사말 속에 정이 담뿍 묻어 있습니다.

 

순간 숲을 벗어나니 발아래로 바다가 마주해옵니다. 망망대해가 마치 얇은 막을 친 것 같습니다. 친절한 나무데크 길을 걸어 아래로 내려갑니다. 바다와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 아래 인고의 세월 동안 풍화작용을 이겨낸 바위가 울퉁불퉁 위용을 부리고 있습니다.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만 보다가 다시 걸어갑니다.

 

걸어왔던 풍경이 궁금해 뒤를 돌아다보니 바위와 손바닥만큼 작은 모래사장과 곰솔나무 우거진 숲이 어우러져 멋진 바닷가 풍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앞을 바라보고 걸어갑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삿갓모양의 죽도산이 지척에 와 있습니다. 그 앞으로 블루로드 다리까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숲에 가려졌던 바다가 이제는 온전히 맑은 파랑을 자랑합니다. 더불어 투명한 하늘이 더욱더 산뜻하다 느껴집니다. 저기 블루로드 다리 앞으로 긴 모래사장이 반짝입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내려 걷습니다. 모래사장에 박힌 채 바다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기이한 바위가 죽도산을 배경으로 하나의 작품이 되어 반깁니다.

 

하늘이 바다와 맞닿은 풍경이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고 있습니다. 이제 바위와 나무계단을 벗어나 모래사장에 들어섭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지라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 뒤로 작은 풀밭에는 빨간 해당화가 여러 송이 피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영덕군에서 정해놓은 ‘신정동진新正東津’입니다. 2015년 현재는 아직 어떠한 푯말도 없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상징물 조각이나 작은 비석이라도 하나 세워둘 계획이라고 합니다. 특히 영덕 블루로드, 죽도산유원지 및 축산항을 연계해 신정동진을 관광명소로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정동진은 신행정 수도인 세종시의 정동향에 위치한 곳이기에 정한 이름입니다.

 

해당화 꽃밭을 벗어나 긴 백사장을 가로질러 걷습니다. 부드러운 모래와 푸른 바다가 해수욕장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해수면 바닥이 갑자기 깊어지기 때문에 수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저기 죽도산 아래로 현수교인 블루로드 다리가 멋스럽게 가로질러가고 있습니다. 하필 차도 다니지 못하는 저곳에 다리를 놓았을까 싶지만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하게 만들어 놓은 다리랍니다. 그래서 이름 역시 ‘블루로드 다리’라고 합니다. 지척에 있어도 한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 뒤로 죽도산과 전망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지만 여기까지 와서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드디어 블루로드 다리에 섰습니다.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은 다리지만 발을 굴리면 울렁거리는 진동을 느낄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다리를 건너 안내판 앞으로 발길을 옮기니 축산항 인근 지도를 오롯이 그려놓았습니다. 죽도산에 오르기 전에 정자에 앉아 목을 축이고, 준비해간 간식으로 허한 배를 살짝 달랩니다. 한참을 그렇게 쉽니다. 한숨 늘어지게 자고 싶다는 생각에 후다닥 일어납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서둘러 죽도산으로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