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마을 보호수 향나무에서 경정1리 경정해수욕장을 지나 경정낚시터까지 느릿느릿 걸어서 대략 35분이 소요되는 거리랍니다. 오른쪽으로는 맑디맑은 파란 바다와 하늘이 따라오고, 먼데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번져 있습니다. 소나무 몇몇 그루가 바다를 향해 서있고, 그 앞으로 납작한 바위들이 하나의 평지를 이루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파도가 심한 날이면 어김없이 이곳까지 물이 차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곳은 오르막이 길고 가파른 길이지만, 세찬 파도가 빚어낸 연이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만들고, 해안절벽과 작은 포구, 낮고 가파른 산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이 된 블루로드의 숨겨진 보석 같은 길입니다.
경정해수욕장에 닿았습니다. 이곳 경정1리는 ‘뱃불’이라고도 불리는 동리로 그리 넓지 않은 해수욕장 해안가에는 고운 백사장 사이로 간간이 파란 잡초가 자라고 있어 색다른 모습입니다. 옆으로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놓여 작은 항구를 만들었습니다. 해안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가까이할 때마다 아름답습니다.
등대 꼭대기에 한 번도 올라서 본 적이 없는 길손은 늘 그곳이 궁금합니다. 궁금증도 과하면 집착이라 하지만, 언젠가 그 꿈을 이루고 말겠다는 욕심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등대 뒤로는 크고 작은 상점과 집들이 있고, 그 앞으로 작은 항구와 딱 고만한 해수욕장, 작은 어선들, 바다를 향한 주차장과 그물망처럼 얽혀 올려 진 방파제가 바다를 가두어 삶의 터전을 온전히 만들었습니다.
경정바다낚시터
해수욕장을 지나고, 마을 주차장과 항구, 그 뒤로 줄지어 선 상가를 지나 걸어갑니다. 마을을 벗어나 바다낚시터로 향합니다. 지금부터 만나는 이 길이 바로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랍니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마음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긴장을 풀어놓습니다. 왼편으로는 야트막한 산, 오른편으로는 바다가 펼쳐진 굽은 도로를 걸어갑니다. 차도와 멀찍이 떨어지도록 도로를 많이 넓혀 놓았습니다. 눈길이 길 너머 바다를 향합니다. 바다의 끝 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햇살에 반짝이며 눈을 현혹하는 물비늘 윤슬만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날 뿐입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는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바다에 최소한의 예의를 다한 듯 수평선에서 살짝 솟아난 바위가 넓은 터를 만들어 바다로 멀리까지 나갔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니 축구장 서너 개는 합쳐놓은 공간 같습니다. 그리곤 겹겹이 주름진 사선의 검붉은 바위들이 높고 낮게 자연의 낚시터를 만들었습니다. 그곳에는 낚시를 즐기는 태공들은 물론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넓고 높은 하늘을 향해 연을 날리고 있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에 연을 날리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지, 어린 시절 뒷동산 텃밭에서 가오리연을 날리던 때가 되살아납니다. 어쩌면 산에서 날리는 연보다 바다에서 날리는 연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과 바다에 우리네 소망을 전하는 편지를 띄운다는 의미는 같을 것입니다. 아이들 환호하는 소리가 멀리
서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바다는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며 이들을 보호합니다.
다시 길을 걸어갑니다. 고갯길을 넘어서 숲이 우거진 길을 걷습니다. 차들이 뜨문뜨문 느리게 지나갑니다. 한 구비 넘어서자 발아래로 또 작은 어촌마을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대게원조마을입니다. 대게에도 원조가 있다는 뜻은 대게의 역사를 거슬러 오른다는 뜻일 겁니다. 과연 대게와 관련된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곳을 원조마을이라 하는지 다음 편에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합니다.
작은 2층의 누정과 그 옆으로 바다를 향한 비석이 벌써 길손의 눈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블루로드 외 음식 및 숙박시설 문의는 삼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