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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물리
 

노물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보마을에서 벗어나 노물리 언덕을 거쳐 갯바위 위를 걷다가 도로변 길로 가면 노물리 방파제까지 약 15분 정도 걸립니다. 노물리는 ‘풍력발전단지 편’에 자세하게 언급한 동해안 강강술래 ‘월월이칭칭’이 전해오는 곳입니다. 

 

영덕군의 군목郡木 곰솔나무가 촘촘하게 우거진 언덕과 망망대해가 펼쳐진 아름다운 구간입니다. 간혹 전망 좋은 곳이면 잠시 다리품 쉬어가라는 듯 길이 여유를 부리며 요철처럼 굽어져 있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보면 탁 트인 전망과 소나무 가지 사이로 드러난 빨간 노물리 등대가 길손을 유혹합니다.

 

드디어 노물리에 도착했습니다. 문득 온 길을 되돌아보니 저 멀리 풍력발전단지의 바람개비 두 기가 파란 하늘에 닿아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국적인 풍경이 참 마음에 듭니다. 가까이서 바라본 바람개비보다, 멀리서 여럿이 돌아가던 바람개비보다, 더 정겹다 생각됩니다.

 

노물리는 막 지나온 대탄리나 오보리보다 조금 더 큰 마을 같습니다. 해수욕장이 없는 대신 항구가 제법 커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작은 항구의 배들보다 그 숫자가 훨씬 많습니다. 마을 앞으로는 배 몇 척이 뭍으로 올라와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 앞으로 줄기를 갈무리하고 남은 미역귀가 햇살에 말라갑니다. 노물리는 미역과 조개, 새우 등이 주로 잡히던 곳이었답니다. 

 

항구 앞으로 넓은 마을길과 큰 공터가 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문득 마을 회관이 마치 한 폭의 평면작품처럼 반깁니다. 살구색 블록 담장 위로 바다색을 닮은 파란 기와가 놓여있고, 그 앞으로 ‘해파랑길’을 알리는 ‘十’자 구조물이 굳건하게 땅을 딛고 블루로드 스티커를 매달고 있습니다. 왼편 날개에 적힌 ‘노물리 버스정류장 150m’와 오른편 ‘노물리 해안초소길 200m’가 친절합니다. 담장에 붙어있는 ‘무더위 쉼터’란 간판은 이곳을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더위를 피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 앞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냥 느긋하게 서있는 낡은 자전거 한 대와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끄는 작은 유모차 한 대가 붙박이같이 담장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놓여있습니다.

 

빨간 등대 가까이 섰습니다. 멀리 바다를 향한 등대가 보물 같습니다. 청자빛 하늘색의 미묘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한결 조용해집니다. 방파제 끝의 등대를 뒤로하고 넓은 공터로 내려옵니다. 언덕배기 작은 집에 인기척이 반갑습니다.

 

이곳 노물리에서 다시 한적한 바닷길을 걷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석리마을을 향한 길에는 기암과 바다, 소나무와 야생화 그리고 몇몇의 사람뿐이랍니다.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마을과 방파제, 등대와 바다, 하얀 바람개비가 액자 속 작품 같습니다.

 

노물리라는 이름에서 ‘노물老勿’의 한문해석을 그대로 따르자면 ‘늙지 말라’ 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법합니다. 즉 장수촌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이곳 사람들이 명이 짧아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 되었다 풀이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 이곳에선 노물리 방파제에서 자연 해풍에 말린 겨울철 보양식 ‘청어과메기’가 매우 인기랍니다. 철이 되면 이곳 방파제는 청어로 바닥이 가득 메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