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와 작은 연못, 잘 정돈된 길이 이리저리 이끌어 주는 ‘영덕산림문화체험공원’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연에서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잘 정돈된 오솔길을 걷다 보면 포장된 넓은 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풍력발전단지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입니다. 지척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팔랑개비가 사이사이 무리를 이루며 천천히 돌고 있습니다. 기념으로 한 컷 담아 놓으면 평생의 추억이 될 것입니다. 그런 후 표지판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처음 만나는 것이 ‘해맞이 캠핑장’입니다.
이 단지 안에는 해맞이 캠핑장 외에도 블루로드 완주 메달을 받는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이 있습니다. 또한 창포해맞이축구장, 비행기전시장, 별반산봉수대, 국립영덕청소년해양환경체험센터, 바람개비 언덕, 고산 윤선도 시비, 신득청 역대전리가 시비 등 여건에 맞게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담긴 공간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한 영덕 해안의 풍어를 기원하고 무사안위를 비는, 바다의 강강술래 ‘월월이청청’ 상징탑도 놓여 있습니다. `
일출과 풍력발전단지
여기서 잠시 시간을 건너뜁니다. 이곳의 한낮 풍경을 감탄하면서 일출이 막 시작될 때를 상상하다보니 돌연 새벽의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전 어스름의 분위기를 상상하니가슴이 뛰었습니다.
블루로드에 더 아름다운 옷을 입히기 위해 새벽 일출을 맞이하는 바람개비 사진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초여름의 일출은 오전 7시에 뜨는 겨울철과 달리 오전 4시면 햇귀가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5시가 되면 바다가 붉게 물들면서 태양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눈을 비비고 달려가 창포말 등대에서, 그리고 해맞이공원에서 가슴 뛰는 시간을 즐기며 일출을 담고, 지척에 있는 풍력발전단지로 서둘러 향합니다. 산과 나무에 가로막혀 둥근 해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붉게 타오르는 하늘에 당당하게 솟은 바람개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어서 마치 인공조명으로 잘 꾸며진 무대 같습니다.
바다는 이미 붉게 물들었습니다. 일출에 숨을 죽인 듯 저 멀리까지 고요하기 짝이 없습니다. 바다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넓게 퍼진 구름이 이방인의 부지런한 새벽을 위로라도 하는 듯 하늘에 무늬를 만들어 선사합니다.
영덕풍력발전단지
면적은 16만6,117㎡이고, 공사 기간은 대략 1년여에 2005년 3월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총 시설용량은 39.6MW로,
1,650kW급 풍력발전기 24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밖에 변전소 1동, 송전선로, 홍보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발전량은 일 년에 총 9만6,680MWh로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합니다.
발전기들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풍력발전단지는 이채로운 풍경으로 인해 해마다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맞이 캠핑장
영덕산림문화체험공원으로 통합된 해맞이 캠핑장은 가족중심의 신개념 체험 캠핑장이랍니다. 캡슐처럼 생긴 둥근 건물 10동이 바다를 향해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침대와 온돌이 구분되어 있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평면TV, 냉장고, 에어컨, 옷장, 선반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주방기구와 조리기구 일체가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주차공간도 각각의 캡슐에 따로 마련되어 있답니다. 외부에는 여섯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식탁용 테이블도 있으니 오실 땐 칫솔, 샴푸, 면도기 등만 준비해 오시면 되겠습니다.
아, 2014년에 ‘바다숲 향기마을’이 개장되어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답니다.
영덕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이곳은 블루로드 완주 기념메달을 받는 곳이랍니다. 662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이루어진 이곳은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전시장, 휴게카페, 관광 상품 판매장이 있고, 2층에는 영덕의 자연을 느끼면서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창포욕 체험코너’와 영덕 구석구석을 설명해주는 ‘관광안내실’이 있답니다. 또한 전시실 및 각종 시설물에 대한 안내 공간으로 전시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여 관람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환영의 공간’,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의 종류[풍력에너지, 태양열/태양광에너지, 지열에너지, 해양/수력에너지, 바이오매스, 석탄가스화 액화발전, 폐기물에너지, 수소에너지/연료전지]를 바닥과 벽면에 슈퍼그래픽을 통해 보여주는 ‘푸른 바람 이전의 에너지 꽃씨관’이 있으며, 지열발전시스템의 원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땅의 힘을 느끼는 씨관’, 이 외에도 태양과 공기 등 다양한 자연자원과 관련된 전시관이 관광객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영덕 별반산 봉수대
해발 170.4m, 별반산. 서쪽으로 삿갓봉, 동쪽으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이곳 창포리 뒷산에 자리잡은 별반산 봉수대는 동해안을 지키던 국토의 눈이었습니다. 축산면 축산만호의 관할 하에 대소산 봉수대와 연결되어 있었으며, 북으로는 울진군 후포의 후리산 봉수대와 서쪽으로는 영해면 대리의 광산 봉수대를 지나 남산각 봉수대로 이어지다가 진보, 임하, 안동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서울 남산인 멱목산 봉수
대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신득청 〈역대전리가〉
봉수대 지나 바람개비 언덕 너머 잔디에는 몇 개의 시비詩碑가 놓여있습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시비가 이유헌理猷軒 신득청申得淸 선생이 쓴 〈역대전리가歷代轉理歌〉입니다. 고려 공민왕 20년(1371) 겨울에 왕의 실정을 바로잡고자 지어 올린 것으로서 원문은 한자이고 토는 이두식吏讀式으로 쓴 가사문학의 효시라고 합니다.
〈역대전리가歷代轉理歌〉는 역대 제왕帝王의 흥망성쇠와 승패의 원인 결과를 4·4조의 가사체로 엮어, 누가 보아도 알기 쉽도록 지어 왕에게 바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특히 고대 중국의 걸왕傑王 이하 망국을 초래한 중국 왕조의 사적事蹟을 예로 들어 정치를 올바르게 하도록 건의하는 한편, 유교儒敎로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이루기를 바라는 내용을 구구절절이 읊고 있답니다.
신득청 선생은 고려말의 대학자로, 조부 신현申賢은 평산신씨 영해파寧海派의 시조이자 운곡 원천석, 포은 정몽주의 스승으로 성리학性理學에 조예가 깊었다고 합니다.
개국공신 신숭겸의 후손들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인재를 배출한 명문 집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득청은 고려말 공민왕 때 왕사였던 신돈의 전횡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도리어 신돈에 의해 영해로 낙향한 뒤 은둔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년에 영해 인량仁良 마을에 퇴거退居하여 유유자적하다가 고려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해에 몸을 던져 절개를 지킨 분입니다. 그리고 죽기 전 자손들에게 유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본관을 영해로 바꾸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 다시 평산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답니다. 이에 영해신씨의 후손들은 그의 유지를 받들어 1980년이 되어서야 평산신씨로 회복하였습니다. 지금 청송군 파천면 중평마을에 선생을 시조로 모시는 평산신씨 판사공파 종택과 그 후손들이 일가를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윤선도 시비詩碑
신득청 시비 옆으로 고산 윤선도 선생이 쓴 시비가 있습니다. 선생이 영덕에 유배와 남긴 20여 편의 주옥같은 시는 모두 선생의 깊은 문학적 소양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윤선도 선생의 시비를 소개하면서 여기에 선생이 쓴 또 하나의 시를 옮겨 놓습니다.
거세중추재남해去歲中秋在南海 - 지난해 중추에는 남해에 있으며
모첨대월수운혼茅簷待月水雲昏 - 수운이 저물녘 모첨에서 달을 맞았네
나지차야동명상那知此夜東溟上 - 어찌 알았으랴, 이 밤 동해 바닷가에서
좌대청광억고원坐對淸光憶故園 - 맑은 달빛 마주한 채 옛 동산 그리워할 줄
운소풍정절섬애雲消風定絶纖埃 - 구름 잦아들고 바람 가라앉아 먼지 끊어지니
정시유인완월래正是幽人玩月來 - 바로 숨어 사는 이 달구경 하러 오는 때로다
감위청유번묵도敢爲淸遊煩嘿禱 - 청유를 위해 힘들이며 말없이 비는데
용종응피해선애龍鐘應被海仙哀 - 늙고 병든 모습 해선께 불쌍히 여겨지리
‘월월이청청’ 상징물
이곳 풍력발전단지 내에 아주 멋들어진 조형물이 하나 있습니다. 여인네들이 높이 오른 달을 둥글게 둘러 손을 맞잡고 춤추는 모습이 마치 강강술래를 연상케 합니다. 몰아치는 파도가 가운데 둥근 달을 높이 떠받들고 있으며, 파도를 형상화한 겹겹의 곡선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영덕 ‘월월이청청’은 동해안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 여성놀이로 영덕읍 노물리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 이월 보름, 팔월 한가위 등 보름 명절에 주로 젊은 부인들과 시집갈 나이가 된 처녀들에 의해 많이 연행되었다고 합니다. 여러 논문 자료에 의하면 월월이청청은 가정 내 여성 통합의 역할을 비롯해 마을 공동체 통합의 역할 및 갈등 해소를 통한 심리적 통합도 함께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기능과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에서 비롯된 눈물과 애환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과정에 예술적인 멋을 가미함으로써 미학적인 기능도 겸하고 있습니다.
‘월월이청청’이라 이름 지은 것은 분명치는 않으나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하나는 일 년 중 이월 동제洞祭 및 추석 전후에 아녀자들에 의해 연희가 되었음을 볼 때 달을 향하는 ‘월월이청청月月而淸淸’일 것이라고 해석하는 관점이고, 또 하나는 강강술래와 같이 임진왜란과 결부시켜 해석하는 것으로 당시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왜군 선봉장 가등청정加藤淸正(가토 기요사마)을 경계하라는 전시戰時의 암호일 것으로 추측하여 ‘월월래청정越越來淸正’으로 해석하는 관점이라고 합니다.
놀이의 형태를 보면 토연노래, 재바재바, 생금생금, 절구세, 달람세, 대문 좀 열어주소, 실꾸리 감기 및 풀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달람세는 강강술래의 원시 형태와 흡사하여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며 돌아가고, 재밟기는 놋다리밟기와 흡사한 점이 있다고 합니다.
2009년 9월 월월이청청 보존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게 되었습 니다. 그 결과 2003년 10월 제4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경상북도 대표로 참가하여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으며, 2009년 9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되어 활동 중이랍니다.
특히 이 놀이는 여성유희요라고 합니다. 부녀들이 원을 그리고 서서 돌아가면서 한 사람이 선창하면 나머지는 후창을 하는데, 박자가 느린 것도 있고 빠른 것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강강술래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제 풍력발전단지를 뒤로하고 창포말 등대로 향합니다. 그런데 어찌 알 수 없는 미련에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게 됩니다.
영덕 해맞이 예술관
이곳 예술과 문화의 고장 영덕은 영덕문화원이 그 예술관 기능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의 예술가들과 군민들이 늘 문화의 갈증에 목말라 하고 있기에 그 소망을 담아 영덕 해맞이공원 조성 후 그곳에 예술관을 개관하였습니다.
영덕 해맞이 공원은 1997년 이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지를 동해안 종합개발사업과 연계해 자연환경 체험 장소로 개발한 산림휴양명소로, 2008년부터 총 34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끝에 지난 2013년 9월 준공이 되었습니다. 뒤이어 2014년 11월 8일 ‘영덕산림문화체험공원’ 내 문을 연 ‘해맞이 예술관’은 사업비 12억 원을 들여 지상 2층, 700㎡ 규모로 지어졌으며, 마르지 않은 애향심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장소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블루로드 외 음식 및 숙박시설 문의는 삼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