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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등산로
 

바다의 풍요를 상징하는 강구항을 뒤로하고 산길을 찾아 오릅니다. 작은 골목에서 ‘블루로드’라는 안내판이 반깁니다. 이름도 재미있는 ‘붕붕대게어판장’ 옆으로 난 골목길입니다. 봉화산 해맞이등산로 입구의 ‘대게축구장’으로 가는 산비탈에는 이리저리 들어선 집들이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숨이 살짝 가빠질 즈음 작은 정자가 나타나 쉬어가라 합니다. 정자에 올라 바 라보면 시원하게 트인 강구항 전경이 정겹습니다. 저 멀리 오포해수욕장 뒤로 오포새천년 숲이 보입니다. 더 멀리에는 삼사해상공원에 우뚝 솟은 경북대종 팔작지붕 전각이 눈에 들어옵니다. 

 

발길을 재촉하며 다시 길을 잡습니다. 부지런한 농부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랐을 푸성귀가 파릇파릇 합니다. 그렇게 오르면 대게축구장이 있는 ‘해맞이등산로’ 입구가 나타납니다. 친절하게도 팔각의 정자가 놓였습니다. ‘블루로드 쉼터’라고 새겨진 현판을 이고 앉으니 발아래 저 멀리로 강구항이 분주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해맞이등산로를 따라 금진구름다리로 향합니다. 이 등산로는 강구주민은 물론 영덕 사람들이 즐겨하는 산책길이랍니다. 가파른 언덕길도 없습니다. 그러니 아주 급한 내리막길도 있을 리 없습니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뒤섞인 숲 한가운데 배짱 좋게 난 흙길이 무척이나 부드럽습니다. 길은 마치 끝없이 이어지기라도 하는 듯 한 굽이 돌아나면 새로운 풍경이 반깁니다. 

 

금진구름다리를 향해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쳐옵니다. 고개를 들면 역광의 실루엣이 녹색의 나뭇잎으로 작품을 만들어 자랑합니다. 몸이 마치 녹색으로 물든 듯합니다. 고개를 살짝 트니 새로운 모습이 나타납니다. 빛이 주는 반전의 신비로움이 길손을 붙잡고 희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를 걸었을까? 너른 평지에 작은 그늘을 만드는 쉼터가 반깁니다. 잠시 다리품을 쉬면서 목을 축이자 청량한 기운이 온 몸을 휩싸고 내려갑니다. 여타의 소나무 잎과 달리 억세고 길어 흡사 장군의 무기 같기도 한 곰솔잎 사이를 자잔한 바람이 스치며 어우러져 화음을 이룹니다. 참, 곰솔은 이곳 영덕군의 군목이랍니다.

 

다시 묵묵한 순례자가 되어 길을 걷습니다. 저기 둔덕길 너머가 궁금합니다.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길을 무늬지게 만들어 줍니다. 호랑이 잔등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길섶 민들레홀씨가 작은 바람에 흩날립니다. 붉은 흙길이 주는 편안함이 참 좋습니다. 그러다 산철쭉을 만납니다. 연분홍 질감이 어둠에서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걷는 도중에 만난 안내판이 친절하게도 거리를 알려줍니다. 한 시간을 조금 넘게 걸었는데 무척 편안한 길이었습니다. 도란도란 정을 나누기에도, 홀로 산책하기에도 참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홀로 걷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아시지요? 세상에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막 금진구름다리를 만났습니다. 봉화산 허리를 지나는 도로 위에 걸쳐 있는 다리랍니다. 이제 고불봉을 향해 걸음을 옮길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