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로드속 마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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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리

강구리 전경

조선시대 영덕현 중남면 지역으로 강(江) 어귀가 되므로 강구 또는 강구리라 하였는데, 1789년에 발간된 「호구총수」에 의하면 구강구육리(舊江口陸里)·구강구해리(海里)와 월강구리(越江口里)·월강구해리(海里)로 나누어져 있다. 또한 1910년을 전후하여 일본인들에 의하여 새마을이 생김에 따라 신강구와 구강구로 나누어 부르기도 하였다. 이후 일제에 의한 1914년의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중남면 소속이던 것을 영덕면에 편입하였다가 1934년 4월 1일 행정구역 변경시에 강구면을 신설하면서 강구면에 편입되었다. 강구리는 동해안 굴지의 천연항구인 강구항을 갖고 있으며, 대게, 새우, 오징어, 명태, 방어, 삼치 등이 많이 잡히며, 강구경찰파출소, 우체국, 강구농업협동조합, 매일시장, 강구수산업협동조합, 포항해양경찰서 강구지서 등이 있으며, 대게의 원산지로 이름이 높다.

김주영 장편소설 천둥소리 배경지

김주영 장편소설 ‘천둥소리’ 배경지

◦ 김주영의 장편소설 ‘천둥소리’는 8ㆍ15 해방(解放)에서 시작되어 6ㆍ25 전쟁과 함께 끝이 나는 이야기다.

◦ 양반 가문에 시집온 지 채 반년이 되기도 전에 청상의 몸이 되어 버린 여인 ‘신길녀’가 해방에서부터 6ㆍ25 전쟁을 겪는 동안의 진한 삶을 통해 영덕이 소개된다.

◦ 그녀가 시댁 마을을 벗어나 처음 살게되는 곳은 황장재가 자리잡은 지품면 원전리. 그곳에서 맺은 인연으로 또다시 ‘길녀’의 인생의 역정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강구항이다. ‘길녀’의 눈을 통해 투영되는 1940년대 후반 강구항의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다.

◦ 김주영의 ‘천둥소리’ 중에서

◦ 《‘고리’중에서》
◦ 강구(江口)라는 갯가 읍내에 닿을 때까지 돈의 소중함이 뼈에 저리는 듯하였다. 달라는 태가(駄價)를 건네 주고 올라탄 자동차였음에도 인가가 드문 산협길에선 내리라고 할까봐서 몇 번인가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 비릿한 갯내가 물씬 코에 스치는 강구에 떨궈 줬을 땐 운전수가 달랜다면 새신발이라도 벗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갯가 읍내에 내려서 바다를 바라보매 장차의 일이 너무나 아득한 것이었고, 산등성이로 올라붙은 여염집을 바라보매 곧장 지상모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날 해질녘까지 길녀는 산기슭에 촘촘하게 엎뎌 있는 여염집들을 채권장수처럼 샅샅이 기웃거렸다. 고샅에서 자치기를 놀고 있는 사내아이들이며, 흙담을 의지하고 소꼽을 놀고 있는 계집아이의 상호를 눈여겨 살피면서 끼니를 주리는 것도 잊었다. 요행 지상모와 닮은 모양새를 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해서였다. 이런 맹한한 방도로선 지상모도 아닌 그의 식솔들을 찾는다는 일이 외밭에서 붕어 낚자는 일보다 힘겨운 일임을 알고 있었으나 멀쩡한 육신을 무턱대고 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가 이튿날 찾아낸 곳이 선착장(船着場)이었다. 선착장 어름에는 배만 와서 닿는 것이 아니라, 트럭들도 부산하게 드나들었고, 어물바구니와 어구(漁具)들을 실은 달구지들도 아귀다툼을 하면서 들락거렸기 때문이었다.
◦ 갯가란 인정이 산중과는 달랐다. 목청높은 아낙네들과 걸걸하고 농하기 좋아하는 사내들이 많았다. 내외를 가리는 것이 산중처럼 번거롭지 않아서 이것저것 수소문하고 다니기는 안성마춤과 같았다. 그러나 짜기가 소태 같은 자반(佐飯) 고등어 토막이나 생선일 줄 알았던 길녀에겐 바닷생선 구경이 놀랍고 신기해서 아침나절 한동안은 넋이 빠진 사람처럼 우두망찰 갯구경만 했었다.
◦ 문득 정신을 가다듬고 바라보니 선착장을 드나드는 사내들이며 아낙네들의 얼굴을 보면 한결같이 지상모와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람들 같기도 하였고, 그들의 뒤통수를 보면 지상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낯선 사람들 같았다. 맨처음 수작을 붙여 본 사람은 선착장 한갓진 곳에서 잡어(雜魚)의 내장을 따고 있는 사십연갑의 아낙네였다. 수작을 붙인 것은 길녀였는데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아서 되려 추궁을 당하는 쪽은 길녀 편이었다. 한동안 이것저것 곱씹어 묻던 아낙네는 어업조합(漁業組合) 사무실을 가르쳐 주었고, 여의치 않으면 선착장을 드나드는 자동차 운전수들에게 물어보라는 말까지 일러주었다.

강구(江口)

강구리를 말한다. 오십천의 입구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