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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코스 쪽빛파도의 길 14.1킬로미터 4.5시간

나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첫 대면 쪽빛파도의 길!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하늘과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공기를 마음껏 담아 본다. 이곳을 떠나는 순간 금새 다시 그리워 질테니까...

7번 국도를 축으로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고성군 통일 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해안도로 등 688km를 끊이지 않고 도보로 이어지는 대장정 탐방인 해파랑길 위에 영덕 블루로드는 자연 속에서 오가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껴 볼 수 있는 최적의 탐방로로 동해안 중심에 보석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해안도로와 마을길, 숲길 등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고스란히 복원하여 탐방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해와 옥빛 바다와, 신선바람과 고요한 숲길과 한적한 마을길을 걸으며 일상에서 잠시 떠나, 나 자신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질 수가 있고 그리하여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작은 도움이라도 지원받기를 원한다면 주저 없이 영덕 블루로드 탐방로를 도보해 보기를 추천한다. 영덕 블루로드는 쪽빛파도의 길, 빛과 바람의 길, 푸른대게의 길, 목은사색의 길 크게 네가지 주제의 구성되어있고 총길이 64km이다.

부산에서 시작하여 함경북도 온성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를 타고 포항을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태백의 지맥으로 신비스런 팔각산과 칠보산, 옥계계곡 등 명산 절경과 동해안의 물 맑고 바다 푸른 청정해역이 어우러져 있는 축복의 땅 영덕이 나타난다. 가는 곳마다 해돋이를 볼 수 있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관광 자원과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순박하고 소담스런 민심과 아름다운 전설이 서려있으며, 비옥한 옥토에서 나는 품질 좋은 농산물과 수산물은 영덕의 자랑거리로 빠질 수가 없다.

자! 그럼 남쪽에서 출발할 경우 블루로드 길에서 첫 번째 만나는 쪽빛파도의 길(D코스)을 탐방해 보기로 하자. 쪽빛파도의 길(D코스)은 대게공원을 출발하여 장사해수욕장, 남호해수욕장을 거처 삼사해상공원 지나 강구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총 15km의 탐방로로 이루어 져있고 어른 걸음으로 해서 5시간 정도 예상 할 수 있다.

블루로드 초입인 영덕군 남정면 부경리에 이르면 대게공원의 대게 형상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조형한 대게누리 형상이 문앞에서 손님을 반기는 넉넉한 인심의 주인 마냥 후덕하면서도 정갈한 모습으로 블루로드를 찾아온 탐방객을 환영한다.

남정 대게공원은 포토존 게이트와 파도치는 바다의 대게 트릭아트 등이 설치되어 있어 탐방객에게 영덕의 상징성을 미리 체험 가능하게 해주며, 높이 15m, 너비 36m의 웅장한 대게누리 조형물은 대게공원의 백미로 낮에는 동해의 은빛햇살과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모나지 않는 풍경을 자아내고, 밤에는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조명 빛을 자체 발산 그 자태의 위옹을 스스로 추켜세우며 영덕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공원에서 서쪽 산 능선으로 얼마간 이동하면 지척에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부경온천이 위치해 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북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30여분 정도 걸었을까? 바닷바람과 바다내음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갈 때 즈음 장사해수욕장에 다다른다. 100년은 족히 넘을 울창한 해송 숲이 탐방객을 마중 나온다. 무성한 송림이 드리운 그늘은 대낮인데도 저물녘 저녁처럼 어슴푸레하다. 나무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조각하늘이 왠지 더 푸르게 느껴진다. 숲을 파고든 빛이 부서지는 보물과 함께 반짝인다. 어떤 보석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한 여름철 어떤 이에게는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이 얻을 것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먼 여행길에 숨고르기 쉼터가 되어줄 것이다.

피톤치드 삼림욕을 즐기며 바닷가로 나가 본다. 모래밭의 길이가 길다고 장사(長沙)라고 부르는 장사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900m, 폭 80m, 평균 수심 1.5m의 규모이다. 맑고 깨끗한 해변으로 밀려오는 하얀 포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모래의 알이 굵고 몸에 붙지 않아 맨발로 걷거나 찜질을 하면 심장과 순화기 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다는 소리에 맨발로 해수욕장을 걸어본다. 걷다 가슴을 크게 펴니 세상에 소음은 물론 마음속에 크고 작은 불평불만들도 우렁찬 파도소리에 모두 잦아들고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다.

장사해수욕장은 우리 현대사의 일획을 긋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유인작전지인 장사상륙작전이 강행된 곳이기도 하다. 800여명의 학도병이 장렬히 산화하여 그 전공을 기리기 위해 전적비와 위령탑을 세워 매년 9월14일 위령제를 올리기도 한다. 자연과 시간은 역사가 품은 아픈 상처를 덮어줬고 이제는 이 길 위를 걷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가만히 어루만져 주는듯하다.

관련부서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최신의 숙박시설과 역사적인 장사상륙작전전승기념공원 등의 콘텐츠를 확충 한다하니 현대적이면서 친환경적이고 역사의 숨결이 함께 공존하는 장사해수욕장을 기대해본다.

길은 해변 어촌의 소박한 마을로 탐방객을 이끈다. 그저 천천히 걷는 일만으로 마음이 비워지고 이토록 평온해지는 것은 맑은 넉넉한 어촌마을의 인심이 함께 따르기에 가능하리라. 구계 항은 7번 국도변에서 가장 자연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포구이다. 이곳을 지나는 탐방객들 대부분이 시야에 들어오는 그림 같은 풍경에 이끌려 절로 발길을 멈춘다. 영덕의 대표적인 대게 산지중 하나인 구계항이다.

마을을 부드럽게 둘러싸고 있는 일어선 능선과 솜털처럼 유연히 출렁이는 너울은 그 첫 인상부터 무척이나 푸근한 느낌을 준다. 조그마한 포구였던 구계포구는 현재 국가의 항으로 지정되어 수십 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입․출입하고 있으며, 마을 내에는 대소의 생선 횟집이 즐비하여 항상 활력이 넘쳐흐른다.

구계리의 유래는 마을 앞 바위의 모양이 마치 새우가 물에 떠있는 형상과 같아서 하부(鰕浮)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변하여 구배 또는 구계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마을 뒷산이 거북이 형국이고 길은 계곡이 있어 구계라고도 했다고 한다.

구계항 방파제는 수심이 깊고 망상어, 학꽁치 돔등 어종이 풍부하여 사철 낚시꾼들이 끊이질 않는 곳으로 꾼이라면 한번 들러 낚싯대를 드리우고 손맛을 볼 만한 곳이다.

영덕의 먹을거리를 꼽자면 단연 대게가 맨 앞줄에 서지 싶다. 하지만 대게는 굳이 산지를 찾지 않아도 손쉽게 맛을 볼 수 있다. 청어 과메기와 함께 물가자미는 영덕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다. 등판이 꺼끌꺼끌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뼈가 부드러운데다 회맛이 고소하고 또 달다고 했다. 외지 사람들이 대게를 대접받는 것을 가장 흡족해 한다면, 영덕 사람들끼리는 꺼끌가자미 맛을 보여주는 것을 최상의 대접으로 친다. 웬만한 대형 횟집에서도 꺼끌가자미를 찾아보기 어렵고, 있다 해도 귀할 때는 그 값이 몇 십만 원을 훌쩍 넘는다니 귀하지 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D코스를 오전에 출발했었다면 구계항에서 신선한 물회 한 그릇으로 고픈 배를 달래도 좋을 듯하다.

거뜬히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다면 이제 다시 길을 떠나자.

부드럽게 천하를 감싸고 있는 산과 그 아래 웅크리고 있는 마을, 시간마저 잠시 쉬어 갈 듯 한 블루로드의 마을은 그렇게 은밀하고 고즈넉하다. 남호리를 지긋이 바로 보고 있으면 일상에서 도시에서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느껴진다.

남호해수욕장은 소규모 해수욕장이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들이 안심하고 해수욕을 즐길 수가 있다. 어촌마을을 걷다보면 지천으로 펼쳐진 꽃들에 그만 걸음이 붙들린다. 이렇게 곱고 예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늘 그리운 바다 그리고 언제든 떠나올 수 있는 길 그런 길 하나를 품고 사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쪽빛파도의 길 언저리에서 깨닫는다.

삼사해상공원 조금 못 미쳐 탐방객들이 뭔가를 보고 화들짝 놀라 호기심에 빠른 발길을 재촉한다. 바다 쪽에 뭔가가 있다. 아직 어떤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삼사 해상산책로'이다. 블루로드 길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교각은 바다와 같은 파란색, 다리 상부는 파도 포말 같은 흰색으로 상큼한 자태이다. 해상산책로 바닥 곳곳에는 투명 창을 설치해 발아래 시퍼런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다.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이럴까? 바다 위에 떠 있는 아슬아슬한 느낌을 만끽한다. 해상산책로는 하늘에서 보면 부채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부채 손잡이 부분을 따라 들어가 바다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느낌이 짜릿하다. 바닷속 용궁으로 가는 길이 이렇지 않을까. 비로소 바다와 내가 하나로 느껴진다.

가을 끝자락이라 그런지 동해의 해는 일찍 저문다. 정다운 시간이 흐르는 사이 풍경이 어스름하다. 영덕은 어둠조차 참 얌전하게 내려앉는다. 동해의 일출과 월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영덕 그래서 그런지 해오름 경치도 남다르다. 갓 깨어난 신비스러운 얼굴로 푸르게 일렁인다.

삼사해상공원은 새해가 되면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유원지이다. '삼사(三思)'의 의미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는데 하나는 ‘통일신라(統一新羅)시대에 세 사람이 시랑(侍郞)관직을 지냈다’해서 ‘삼시랑(三侍郞)’이라 하고, 또 하나는 세 번 생각한다고 해서 삼사이다. 들어오면서, 살면서, 떠나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탐방객들은 가슴속의 바람들을 다소곳이 이곳에 내려놓고 가도 좋을 듯하다. 공원의 8부 능선쯤 이르자 막혀있던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경치를 핑계 삼아 잠시 숨을 고르기를 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근사한 풍경 속에 있구나……. 지쳤던 마음이 금세 다시 부풀어 오른다. 그리 높지 않는 곳이지만 내가 이제가지 얼마나 좁은 시야를 갖고 살아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동해의 맑은 정기가 서린 삼사해상공원은 드넓은 수평선에 남으로는 남호해수욕장 북으로는 강구항이 한눈에 보인다. 이북 5도민의 망향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95년도에 세워진 망향탑과 경북개도 100주년 기념사업인 경북대종, 공연장과 지품면에서 채취한 꽃모양이 일품인 천하제일 화문석과 인공으로 소담하게 만들어 놓은 일명 천지연폭포 등이 있으며 기타 편의시설이 즐비하여 탐방객의 유희를 건네준다. 동해의 첫 날을 깨우는 경북대종이 있는 삼사 해상공원은 매년 새해맞이 일출을 바라보며 한 해의 소망과 결심을 담는 장소로 경상북도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또한 3월 대게 철이 되면 이곳이 영덕대게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하여 또 하나의 문화축제의 장소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공원의 가장 끝에 자리하는 어촌민속전시관을 놓치지 말고 찾아보자. 영덕 지역 어촌의 삶과 민속을 담은 전시관이다. 영덕대게를 옛 그물에 담은 모습과 사이사이 전시된 강구항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추억을 느끼게 하고 아이들에게 인기 높은 각종 체험기구도 즐기기에 좋다. 전시관 옥상에 마련된 야외공간은 강구항과 동해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숨어 있는 명소다.

어촌민속전시관을 마지막으로 블루로드 새로이 개발된 쪽빛파도의 길 여정을 갈무리한다.

작은 것 하나에도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며 정성스레 다가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바다든, 산이든 사람이든 인연을 맺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루로드 쪽빛파도의 길(D코스)!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하늘과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공기를 마음껏 담아 본다. 이곳을 떠나는 순간 금세 다시 그리워 질 테니까…….

기회가 되면 꼭 찾아가 보라. 정다운 이들과 마음 맞고 시간 맞아 쪽빛파도의 길을 함께 걷는 일, 바쁜 세상에 이만큼 즐거운 일도 드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