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나는 결국 네게로 왔다. 돌연한 네 부름은 어찌 그렇게도 강렬했던지..”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을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이문열 젊은날의 초상 중..>
블루로드 C코스, 그 대장정을 이어가다 - 자, 그 긴 대단원의 마무리를 향해,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자 했다면, 무언가를 얻고자했다면 이제 어렴풋이나마 해답의 윤곽을 그려보아야 한다. 무한정 풀어헤쳐졌던 가슴도 조금씩 여미며 내내 걸어왔던 길도 되돌아 보아야 한다.
C코스는 역사와 사색의 길이다. 숲길, 산길을 통해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걷는다. 가장 걷기 좋은 길, 나무와 벗하며 가는 길이다. 대소산봉수대를 향해, 최고의 전망과 역사의 흔적을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축산항을 떠난 발걸음은 이내 대소산봉수대를 향한다. 블루로드를 향하는 축산항 그 출발점은 휘황찬란하게 멋들어진 당산목과 남씨 발상지 비석과 함께한다. 남씨의 시조 영의공 휘민이 서기 755년(신라 경덕왕 14년)에 안림사로 일본에 갔다가 귀로에 태풍을 만나 표착한 지점이 이곳 축산항이라고 한다. 영의공은 중국 여남 출신으로 신라 땅에서 살기를 원해 왕이 친히 당 현종에게 알리고 영양 땅에 안착시켰다. 그리고 공이 여남에서 왔으니 남씨라 칭하였다 한다. 영의공의 유적으로 이곳에 유허비, 어부동, 통사동, 망재단, 망향대, 일광대, 월령대, 절부총이 있다. 영양김씨 시조공 사적 또한 이 블루로드 길에서 만난다. 야트막하거나 때론 앙상한 해송들이 자유로이 뻗어나간 블루로드C코스 길이 대소산을 향한 임도를 향해 마지막 침목계단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있다.
팍팍한 삶이 등을 떠밀어 나선 길, 그 길에서 인생을 배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 놓였었을 까? 얼마나 많은 삶의 지난함이 이 길에 묻히었을까 생각해보면 대소산봉수대길도 오를 만하다. 웬만한 차들도 힘겨워하는 이 길을 굳이 오르며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누그러든다. 무언가 대단함을 얻기 위한 힘겨움은 너무 속되지 않은가? 이 땀 뒤에, 이 힘겨움 뒤에 오는 어떤 것이 비록보잘 것 없다 할지라도 눈에 보이는 것들로서 내 땀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대소산은 축산면과 영해면의 경계지점 즈음... 바다와 가까운, 그래서 더 그 전망이 궁금해지는 곳으로 산정의 봉수대 때문에 영덕의 주요 사적지가 되었다. 조선시대 통신수단의 하나인 대소산봉수대. 흔적이 특이하게 보전돼있어 한번쯤 올라볼 만한 곳이 된다.
봉긋이 솟은 모양새하며 전망하며 뭐 하나 모자란 곳 없는 품새에 놀라며 깊은 심호흡으로 잘 올라왔다 위로해 본다. 이곳에서 낮엔 연기로, 밤엔 불빛으로 신홀 보내고 비상시국을 알렸다. 영덕 남동쪽 해안의 주동으로 조선시대 초기에 만든 대소산봉수대를 뒤로 하며 제 2경유지를 향한다.
구불구불 사연 많은 길을 걷는다. 여긴 사진리. 목은이색산책로를 향한다.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도심을 떠난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볍다. 빛 한줄기가 아쉬운 수풀길을 한참을 걷는다. 나지막한 해송들 그림같이 둘러쳐져 푸른 산하를 이루는 곳... 산책로에 가까워졌다.
정상 즈음인가? 너른 영해평야의 황금들녘이 눈에 차오른다. 고요히 흘러나오는 목탁소리 길게 늘어지는 오후. 군데군데 잊을 만하면 짜잔, 외로웠지? 하며 나타나주는 블루로드 팻말들.. 자연그대로의 자연이 아닌 것은 블루로드 이정표들과 간간히 나타나주는 근린체육시설들이 전부다.
그 흔한 나무벤치조차 귀한 숲길. 피톤치드 무한방출로 케케묵은 욕망과 잡념들이 스무드하게 날아가 버리는 길을 걸어 목은이색기념관 앞뜰에 도착했다.
고려말 충신이자 인문학의 원류대학자, 고려말 재상이자 대 사상가이며 不事二君의 충절 등 수많은 수식어의 주인공, 목은 이색선생! 그가 탄생한 외가이자 생가지에서 생애와 사상의 깊은 흔적들을 가슴깊이 새겨본다.
괴시리를 향한 이정표를 따라서 괴시리 전통마을로 들어선다. 이 마을이 그 옛날 호지촌이었을 때 가장 먼저 입향한 함창 김씨가 바로 목은 이색의 외할머니셨단다. 고향이자 유년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이곳을 이색선생 특유의 통찰력으로 마을이름까지 개명하셨다. 그리 썩 잘 지은 지명은 아닌 듯 하지만... 인조8년 1630년부터 영양남씨가 차차 정착해 집성촌이 되었고, 그후 380여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괴시마을을 벗어나 대진으로 향한다.
좌측으로는 영해로터리와 송천이 흐른다. 45년의 영해전통시장은 현대화사업으로 새로이 조성돼 물가자미와 특산물 복숭아, 대게 등이 주요 거래품목으로 저렴하다고 한다.
또 올해 처음으로 ''영해시장투어''가 열린다. 장터 한가운데 우뚝 솟아 이곳 영해가 사적의미가 담긴 곳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는 3.1의거탑. 1919년 3월 18일, 영해장날을 기해 북부 4개 면민 3천여 명이 만세운동을 일으켰었다. 그리고 지금 3.1절을 맞아 여기서 기념탑이 있는 예주문화예술회관까지 만세대행진과 합동추념식이 열린다. 영덕이 낳은 항일운동의 대명사인 신돌석장군 의병출정식과 횃불점화봉송 등의 전야행사와 함께.
그리고 그 너머 내륙 방향으론 송천강활주로가 뻗쳐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전국항공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초경량비행기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에어쇼를 시작으로 30여대의 비행기가 고래불과 대진, 장사해수욕장과 오십천 구역을 자유 편대비행을 선보이며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해 준다.
점점 바다의 시원함이 옷깃에 와 닿는 듯... 바다의 고요가 밀려드는 대진항이다. 기인 방파제 끝, 2개의 깨끗한 하양 등대와 빨간 표지등 전경이 너무도 깨끗하다. 여느 시골항구의 정취는 많이 가셨지만은, 대신 보기 좋게 잘 가꿔진 대진항이다. 부둣가에서 항구와 바로 이어지는 근린공원이 수변공원과 이벤트공원으로 나누어진 대진2리 어촌복합공간. 그야말로 세련된 조경과 어우러져 밤이면 자연에 둘러싸인 낭만항구에 이국적인 모티브를 제공한다.
저 멀리 대진1리어촌마을 풍경이 서서히 가까워진다. 영덕의 아름다운 경치의 정점의 하나로 손꼽히는 관어대가 굽어 내려보고 있는 곳이라 감회가 다르다. 여기는 해양레저스포츠를 위한 기반시설을 겸비한 어항과 어촌체험마을로 조성되어 관광등대와 해양체험 관광시설 등이 어우러진 종합관광어항으로 영덕의 대표 관광체험구역이라 할만하다. 관어대가 있는 이곳은, 현재 북부 유교문화권 개발의하나로 정비가 계획되고 있다 한다. 완성이 된다면 이 지역이 더욱더 반짝반짝 빛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다, 나는 결국 네게로 왔다. 돌연한 네 부름은 어찌 그렇게도 강렬했던지.." 이문열의 ''그해 겨울''과 ''젊은 날의 초상''에 등장하는 대진해수욕장에 와 닿는다. 과연 고요와 사색이 태초부터 있어온 듯 숙연해지는 대진의 바다... 영덕의 3대 해수욕장이지만 소란스럽지않고, 그지없이 희고 고운 백사장과 송천천의 위용이 과연 그 진가를 대변해주고 있다.
아무리 오래동안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 뿐이다. 183m에 달하는 고래불대교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송천을 경계로 덕천해수욕장이 이어진다. 근엄한 사색의 포스를 살짜기 뒤로 하고 아기자기한 송림공원의 인도를 따른다.
조약돌 자갈길이 바달 향해 포효하는 송림 숲 사이를 부드럽게 곡선 그리며 달리고 있다. 장장 8km 고래불 대장정을 준비하라며 마음을 가다듬는 곳이리라.
오두막하니 정겨운 유아 풀과 이색적인 전화기 벤치가 놀다가라고 귀여운 교태를 부리는 듯하다.
송림공원의 친근함에 빠져 걷다보니 덕천과 영리, 두 곳의 해수욕장을 휘리릭 지나와버렸다. 이제 남은 송림 숲은 고래불해수욕장으로 열린다. 내가 내 맘을 다그치기 시작한다. 때론 고요함으로 때론 빛이 점멸한 수풀 림을 헤치며 장장 대여섯 시간을 숨죽이며 달려온 동해트레일, 문화생태탐방로가 이제 단하나의 종착지를 향해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
와~ 고래불.. 고래들이 노니는 펄 같아서 고래불이 되었다는 이곳, 아마 고래도 편히 놀 수 있었을 만큼 광활한 바다여서가 아닐까?
병곡면 일대 해안마을 6곳을 아우르는 영덕의 대표 해수욕장... 그저 입이 떡 벌어질 따름이다. 무려 1시간 남짓을 걸어야 이 고래불을 완주할 수 있다니 평생 걸어보고 싶은 해안-백사장을 오늘 원 없이 한풀이할 줄이야.. 숲도 바다도 때론 울퉁불퉁 사나운 해안바윗길도, 위험이 도사린 비포장길도 조용히 품어주는 블루로드~ 영원한 순간이 존재하지 않듯 끝나지 않는 길도 없다. 영덕 블루로드 C코스를 마무리하는 최종 목적지, 고래불해수욕장을 걸었다.
오랜 시간 길 위에서 나는 나무가 되고, 바다가 되고 진정한 내가 되었다. 그리고 감히 말한다. 내 안에 내가 되어봤던 나무와 바다와 사색의 깊이만큼 내안의 통찰과 성장이 자리해 있을 거라고..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오고 간 발자국이 이어져 길이 되고, 그 위에 남겨진 이야기가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길이 품고 있던 생명과 문화와 역사가 하나로 이어져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영덕 블루로드C코스, 영덕에서 블루로드를 걸어보았다면 참으로 영덕을 품어보았음을....